제게 지구산책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여행을 즐기는 도중을 거쳐,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지구산책'이라는 체험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기에 지구산책이 더욱더 즐겁고 가치 있는 체험으로 느껴졌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지구산책러들과 사전 모임을 가지며 여행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소매치기 대책과 짐 싸는 팁을 배우면서 첫 유럽 여행임에도 부족함 없이 준비를 잘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여행을 같이 떠날 지구산책러들과도 이때부터 소통을 시작할 수 있어서, 같이 여행계획을 짜거나 걱정거리를 공유할 수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떠난 여행. 저는 무엇보다 이 여행이 '다큐'여행이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여행 초반에 대장님이 나 자신과 관련된 질문 리스트를 주셨는데, 그 답을 여행 중 줄곧 생각하며, 답이 생각난 장소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여행과 '나'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어요. 여행이 끝나도 제가 남긴 답은 계속 남아서 저의 삶을 지탱할 것이고, 저 자신을 성찰하는 순간에는 반드시 이 여행이, 넋 놓고 바라봤던 일몰과 넓고 푸른 바다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록을 통해 여행과 내가 일체가 되는 경험은 참으로 특별했어요. 다른 지구산책러들의 기록을 바라보며, 때로는 도와주면서 생각이 넓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뿐만 아니라 경험도 넓어지는 게, 지구산책에서 호스텔, 아파트먼트, 호텔 등 다양한 숙소를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호스텔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유쾌한 리셉션 직원, 가지각색의 액티비티 등의 매력 포인트가 보이더라고요! 또, 지구산책의 커다란 이점은 자동차로 이동한다는 점이에요. 이동에 대한 부담 대신 '다음에는 어떤 길을 따라 어떤 도시로 갈까' 하는 이동에 대한 설렘이 앞설 수 있었거든요 :) 차를 타고 가면서 듣는 노래와 옆의 지구산책러와 나누는 얘기까지도 여행의 일부가 되어, 여행이 더 알록달록해진 느낌이었답니다. 대중교통을 타고는 들르기 힘든 근교 마을도 둘러보고 갈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상영회'를 가졌어요. 각자가 기록한 영상이 지구산책 버전으로 편집된 것을 함께 감상하며 여행을 되돌아봤는데, 여행의 바깥에서 여행을 돌아보는 경험이 신선했어요. 일상을 보내며 묻혀 가던 여행이 갑자기 무덤을 파헤치고 뛰쳐나온 느낌? 원래 복습을 하면 더 깊고 오래 남는다고 하듯이, 여행 때 느꼈던 감정과 떠올랐던 생각이 일상에 다시 깊게 새겨진 것 같아요. 일상에 치이며 잠시 잊고 있던 용기와 설렘, 따스함을 다시 얻어갔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의 14일만이 아니라, 지구산책을 신청하고 상영회를 마치기까지의 3달 간이 제겐 '지구산책'이었습니다. 때론 두려움과 힘듦도 있었지만, 더 많은 웃음과 더 큰 가치가 함께 했기에, 이조차도 지구산책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요소라고 생각해요. 힘들 때 이 지구산책을 떠올릴게요. 웃음과 가치가 가득한 여행을 만들어 주신 지구산책과 지구산책러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용기를 찾고 싶을 때 또 떠나겠습니다 아디오스!